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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 받으며, 누정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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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 받으며, 누정 산책

누정(樓亭)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던 공간입니다.
흐르는 강물과 물든 산을 내려다보며 풍류를 즐기던 그 자리에는,
지금도 가을이 되면 유독 깊은 정취가 내려앉는데요.

전주 한벽당은 남원 광한루, 무주 한풍루와 함께 호남의 '삼한(三寒)'으로 불리는 정자로,
전주천이 굽이치는 절벽 위에 자리해 예로부터 전주 8경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담양 식영정은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가사문학의 산실이고,
인근의 명옥헌은 계곡물 소리가 옥구슬 부딪히는 소리 같다 하여 이름 붙은 곳으로
배롱나무꽃이 필 때면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 됩니다.

강릉 경포대는 유리같이 맑은 호수라는 뜻의 '경포'에서 이름을 딴 관동팔경의 하나이고,
삼척 죽서루는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혀 숙종과 정조의 어제시가 걸려 있을 만큼 오랜 명성을 지녔습니다.
궁궐 안에서도 누정을 만날 수 있는데, 국보로 지정된 경복궁 경회루는
태조가 처음 세운 뒤 화재와 재건을 거듭하며 오늘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옛 선비들이 시를 읊던 그 자리에서,
가을이 내려앉은 풍경을 함께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